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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ing/육아

단유성공 :: 우리아기가 달라졌어요(이유식거부. 그게 뭐죠?)

by 율러버 2020. 5. 9.

단유성공 :: 우리아기가 달라졌어요(이유식거부. 그게 뭐죠?)

 

단유에 성공하니 달라진 우리 아기

 

D+407

 

 

 

 

 

 

 

정확히 돌이 지나고 20일 더 모유수유를 하다가 단유에 성공했다.

단유를 결심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아인이는 낮잠이나 밤잠이나 언제나 늘 내 품에서 젖을 먹다가 아주 평화롭게 잠이 드는 아기였다. 그러나 이가 나면서 현재는 여섯 개로 밤중에도 여전히 맘마를 먹어 우식증이 올까봐 심히 걱정이 되었다. 밤중 수유가 우식증의 원인이 된다는 글을 많이 본적이 있어 더 그러했다. 이가 나니 간지러운지 장난치는건지 자꾸 깨물기도 하여 아프기도 했다.

 

먹놀잠이 아니라 먹잠놀인 아기. 이유식 버리는건 다반사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유식거부!

11개월 정도부터 심해진 이유식거부...

 

이유식을 잘 먹지 않으니 아무리 모유를 먹는다해도 한계가 있어 몸무게도 좀처럼 잘 늘지 않았다. 돌이 지난 시점에도 8.5kg 정도였으니.

보통 먹놀잠패턴이 제일 좋다고 알고 있으나 아인이는 먹잠놀인 듯 했다. 왜냐하면 젖을 먹으면서 자고 일어나면 별로 배가 고프지 않은지 이유식을 줘도 항상 반은 버리는게 일상이었다. 자고 일어난 후 한시간, 두시간 이후에 줘도 별반 먹는양이 다르지 않았다.

설상가상 아기변비도 심했는데 물을 잘 먹지 않고, 키위, 요거트 등도 인상쓰고 뱉어내며 먹기를 거부했다. 

 

이렇게 이유식도 잘 안먹고, 잘때는 젖을 먹어야 자고, 밤중에도 아직까지 맘마를 찾는 아기.

내품에 평화롭게 젖을 먹으며 아기와 눈이 마주칠 때, 나를 보고 아기가 방긋 웃어줄 때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하지만 이제는 그 행복한 순간과 작별해야 할때가 온 것 같다.

 

많은 고민끝에 단유를 결심하다

 

단유를 결심하고 3일동안 아기에게 매일 설명해주었지만 알아듣는지는...글쎄다.

아기는 그냥 언제까지나 엄마품에서 맘마를 먹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듯 평화롭기만 했다.

 

단유를 결심하고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니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할거면 단호히!

엄마가 마음이 약해져 흔들리면 안된다고 했다. 아기가 아무리 세상이 떠나갈 듯 악을 쓰며 울고 떼를 써도 무조건 다시 젖을 물리면 안된다고 했다. 그게 아기를 위해서 더 좋은거라고. 중간에 실패하면 그냥 아기 힘들게 울린 것 밖에 안된다고. 그 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나도 한번에 성공하리라 다짐했다.

 

단유시작

 

보통 많이 하는 곰돌이단유로, 나역시 밴드에 곰돌이를 그려서 양쪽 가슴위에 붙이고 아기가 젖을 찾을때마다 보여줬다.

 

 

 

똥손으로 밴드에 그린 곰돌이

 

 

그동안 사실 아기가 젖을 먹으며 너무 순둥이처럼 잤기 때문에 나는 아기 낮잠은 물론 밤잠을 어떻게 재워야 하는지 걱정이 되었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실행에 옮겼다.

예상대로 아인이는 정말이지 세상이 끝난 것처럼 너무나 절망스럽게 울었다.

내가 곰돌이 그림을 보여주자 알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곰돌이그림을 만졌다. 슬쩍 웃더니 그 위에 입을 대본다. 하지만 ... 없다. 입에 닿는 무언가가 없다. 아인이는 계속 여기저기 찾지만 없으니 울음만 나온다.

어찌나 그 울음이 서러운지 옆에서 듣는 나는 마음이 도무지 약해져 “아...그냥 더 먹일까? 이것도 한때인데...나중에는 주고 싶어도 못줄텐데...이렇게 아기를 힘들게 해도 되는거야?”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심지어는 아직 말도 못하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나에게는 이렇게 들리기도 했다.

"으~앙(엄마 이러는게 어딨어요? 갑자기 맘마가 어디갔죠? 정말 엄마 너무해. 너무 잔인해.)

아기가 단유할때 받는 느낌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 마음 독하게 먹고 우는 아기를 어떻게든 달래보았다. 잠은 뭐...정말 눈물, 콧물 다 쏟고 악을 쓰다 울다가 지쳐서 잠이 드는 형식이었다. 마음이 아픈건 곰돌이그림을 그린 밴드 위에 입을 대고 잠을 잘 때였다. 그렇게라도 해야 진정이 되는지 울음을 그칠 수 있었다.

 

"아가야 미안하다. 엄마가 이전보다 맛있는 음식도 더 많이 해줄게"

 

초기 3일은 정말이지 나도 지칠정도로 엄청 울어댔다. 그런데 3일정도 지나자 아기도 적응했는지 잘 찾지 않았다. 이전에는 배고프지 않아도 놀다가도 와서 몇 번 먹는 시늉을 하고 내품에 안겨있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놀때가 많았을만큼 자주 찾던 아이였다. 변화된 아기의 모습이 신기했다.

 

그리고 가장 큰 걱정이었던 이유식거부!!!

이유식거부하는 아기의 엄마들 마음이 얼마나 속상한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나역시 그랬지만, 단유하고 난 후에 이유식 거부면에서 결과는 대만족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배가 고픈지 주는 양을 다 먹었다. 200까지도 거뜬히 먹었다. 그리고 다 먹은 후에는 과일, 빵 등 이전에 거부했던 음식도 아주 잘 먹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변비도 좋아졌다. 키위, 바나나 등 변비에 좋은 과일을 자주 주는데 거부없이 잘 먹기 때문이다. 지금은 하루에 한번 황금색 변을 본다.

 

역시 배가 고파야 먹는다가 진리인가.

 

 

 

 

그동안 이유식을 남겨 버릴때마다 자괴감이 들곤 했다.  

이런 저런 레시피 찾아서 해줘도 반응이 시큰둥하고 잘 먹지 않을때, 그걸 내손으로 버려야 할때...내가 해준게 이리도 맛이 없나하고.

그런데 모유를 끊으니 아기는 확실히 이유식거부라는 단어에서 안녕하게 해주었다.

밥을 먹고 난 후 볼록 튀어나온 배가 어찌나 귀여운지. 그리고 다 비운 밥그릇을 보면서 정말 기쁘고 요즘 살도 부쩍 오른 모습이라 좋다.

 

안좋은 점 한가지는  아기가 안겨서만 자려고 한다는 것. 아기의 서러운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초반에는 그저 안아서 달래주기 바빴다. 그러나 단유 일주일 정도 지나고 난 후부터는 수면교육까지 진행하고 있다. 누워서 책을 읽고 엄마와 스킨쉽을 하다가 잠이 드는 것을 목표로. 현재 60% 정도 진행되었다. 5번 중 3번 정도는 정말로 함께 누워 동화책을 보고, 나와 스킨쉽을 하며 잠을 잘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모유를 먹는 아기들. 특히 이유식을 잘 먹지 않는다면 엄마들이 잘 생각해봤으면 한다. 왜 안먹는지, 정말 음식 자체에 대한 거부인지, 배가 고프지 않아서인지, 모유를 먹는 패턴을 잘 생각해보고 혹시나 나같은 케이스가 있다면 단유를 고려해보는 것도 나쁘지않다 말해주고 싶다.


 

현재는 단유한지 22일째.

변화된 모습을 정리해본다.

 

<아기의 변화>

*아기는 가끔 엄마 가슴을 만지긴 하지만 젖을 찾지는 않음.

*이유식,간식 거부 없음.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지고 어른들이 먹는 음식을 보면 무조건 달라고 요구함.

*물, 과일을 이전보다 잘먹어 변비가 없어짐.

*수유없이도 누워서 평화롭게 잠에 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음.

*밤중에 젖을 먹지 않아 더 잠을 깊게 잘 수 있음.

 

<엄마의 변화>

*밤중에 더 이상 수유하지 않아도 되니 엄마는 아주 편함

*1년동안 질리도록 입은 수유복과의 안녕. 정말 좋음.

*커피, 맥주 등 못먹던 음식 냠냠. (얼씨구나 풍악을 울려라!)

*이제 아빠와도 낮잠을 잘 수 있어 자유시간이 생김. (이건 정말 좋음. 그동안 남편은 아기를 재우는 강력한 무기가 자신에게는 없다며 자신없어했으나 나와 이제 동등한 입장이 되어 핑계거리 없어짐.)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단유의 장점은 많은듯하다.

385일동안 모유수유한 나에게 토닥토닥.

내일저녁은 소고기구워 맥주랑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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