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출산 :: 따뜻한 출산의 추억

뉴질랜드출산 :: 따뜻한 출산의 추억

자연주의출산 YOU CAN DO IT!!

 

우리아기 태명이 딱지였다.

열달동안 엄마가 잘 품어줄테니 꼭 붙어있으라고 내가 지은 태명. ‘딱지’

(가족들은 딱지? 코딱지냐 뭐냐? 놀렸지만)

 

뉴질랜드출산은 어지간해서는 제왕절개수술을 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응급이 아니고서는 말이다.

임신후반기때 엄청나게 많이 서칭해본 남들의 ‘출산후기’

더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뉴질랜드에서의 출산기록을 남겨본다.

 

정확하게 딱 열달을 채운 날 새벽에 희미하게 이슬이 비췄다.

“아 이제 정말 곧 아기를 만나겠구나”

긴장반 설레임반으로 가슴이 두근두근.

 

출산예정일 당일날 밤 10시 정도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불규칙하게 오는 가진통임이 느껴졌다. 혼자 거실에 나와서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출산정보를 찾아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배가 아파 한숨도 못자다가 새벽에 한두시간 정도 겨우 잠을 청했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침부터는 정말 ‘끙’소리가 나올정도로 진통이 좀 더 세졌고, 진통어플을 이용하여 시간을 측정하며 혼자 남편 퇴근때까지 버텨보기로 했다.

섣불리 진통이 느껴져 아프다고 병원에 갔다가 퇴짜를 맞았다는 수많은 후기들을 떠올리면서.

 

미드와이프가 내게 그랬었다.

너무 아파서 말을 못할 정도가 되면 병원에 오라. 그러면 집에 다시 갈일은 없을 것이다.

하하하

 

그렇다. 정말 아팠지만...나는 이런저런 생각들, 깊은 호흡을 하면서 내가 너무 아파 말이 안나올 지경에 이르면 병원에 가기로 다짐했다.

남편은 4시면 칼퇴를 할 예정이므로...시간이 맞아 그때 병원에 가서 순조롭게 출산을 했으면 했다.

 

하지만 낮 12시가 되니 점점 진통주기가 짧아지고 규칙적으로 되었고, 진통이 왔을때는 맒이 안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못참는 정도는 아니었어서 이대로 병원가면 퇴짜를 맞을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뉴질랜드는 자궁문이 5cm미만 열렸을 때 병원에 가면 집에 돌려보낸다는...허허.

 

급하게 남편에게 전화해서 집에 와달라고 했고, 남편은 아파하는 나를 보고 허둥지둥 동공지진. 침착하게 미리 싸둔 출산가방을 체크하고, 전날 유튜브를 보면서 누가 빨대와 물통을 꼭 챙기라기에 그것도 잊지않고 챙겨뒀다.

(빨대와 물통!! 없었으면 아주 불편할뻔 했다. 영상올리신 분 감사해요)

 

2시까지 참아보다가 미드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까지의 진통진행과정을 설명했다.

설명도중 진통이 와서 내가 아흑...하며 말을 못하자 미드와이프는 이제 와도 될 것 같다고 하며 조심해서 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남편과 5분 거리의 가까운 병원으로 슝하고 달려갔는데 차에서 내려서 출산병동까지 진통이 몇차례 와 한번에 갈 수 없었지만 침착하게 걸어갔다.

 

병원도착 후...

 

병원에 도착하고 나의 친절한 미드와이프를 보자 안도의 숨이 쉬어졌다.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며 어서오라고 반겨주는 미드와이프의 인자한 얼굴.

할머니였는데 정말이지 풍체, 목소리, 얼굴 모든 것이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줬다.

 

오후 2시 30분.

침대에 누워 자궁을 체크해보니 딱 5cm정도가 열렸다고, 아주 잘했다며 칭찬했다.

뭘 잘했을까? 진통을 잘 참은 것...

.맞아요.정말이지 퇴짜맞을까봐 참고 또 참았어요.ㅠㅠ

 

병실에는 미드와이프와 의사한분, 남편과 나 넷이 있었다.

병원에 도착하고나서는 진통은 한층 더 고통스러웠다.

진짜 분명 내뱃속에는 예쁜 아기가 있는데, 진통이 왔을때는 큰 돌덩이가 막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진통이 밀려올때와 지나갈때를 오롯이 느끼며 아기가 안전하게 건강하게 나오기만을 바랬다.

 

중간에 몇차례 내진을 했는데, 알기로는 내진이 여자들에게 많이 굴욕적이라는 글을 봤었다.

하지만 내가 여기에서 느낀바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간호사가 너무나 친절하게 나에게 설명하며 아주 스무스하게 진행해서 그랬던 것 같다.

 

강하게 밀려오는 진통으로 인해 나는 비명을 지르고 힘들어했지만 옆에서 나를 지지해주는 남편과 의료진들이 있어 든든한 느낌을 받았다.

미드와이프는 내가 진통으로 힘들어하는 내내 한시도 곁을 떠난 적이 없었다.

병실에는 샤워실이 있었는데 남편과 함께 들어가서 따뜻한 물로 허리를 적시라며 조언해주었고, 어떤 자세가 내게 편한지 묻고 필요한건 없는지 챙겨주며 도와주었다.

 

샤워실에 들어가 나는 의자에 앉았고 남편이 등에서부터 시작해 따뜻한 물로 적셔주니 진통이 왔을 때 더 견딜만했고 그렇게 어느정도 시간을 보냈다.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가서 천천히 걷고 때로는 침대에 기대기도 하며 내가 편한자세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내가 침대에 선체로 엎드리자 미드와이프는 따뜻한 담요로 등을 감싸며 덮어주었는데 그때의 느낌이 정말 너무 따뜻하고 아늑하다고 할까?

지금 생각해도 나는 정말 미드와이프를 잘 만난 것 같아 감사하다.

 

진통 내내 소리를 많이 질러서 갈증이 많이 났었는데, 빨대와 물통이 정말이지 너무 요긴하게 쓰였다. 빨대가 없었다면 (병원에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물을 자주 마시는데 어려웠을 것 같다.

그렇게 이런 저런 자세를 바꿔가며 진통을 견디고 또 견뎠다.

 

병원 도착 후 6시간 경과

 

밤 8시가 되었고, 계속되는 진통에도 왜 양수가 터지지 않는지 궁금했다.

한국에서의 출산후기를 보면 양수를 의사가 터뜨리는 경우도 많이 기억이 나서 미드와이프에게 물었더니...

“YOU CAN DO IT" 다정하게? 말해주었다.

(솔직히 너무 고통스러워서 빨리 아기가 나왔으면 하는데...양수는 안터지지 답답해서 물어봤었다. 터뜨려주면 금방 나올거라는 생각에서다.)

 

진통이 거세지면서도 나는 진통제를 요구하지 않았고, 의료진도 역시 그런 내게 진통제를 맞을건지 말건지 제안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두 의료진이 내 옆에서 나를 지켜봐주며 함께 해줬다.

 

아....그래요. 힘을 내볼게요.

으~~윽!!

막바지에 이르자 아기가 밑으로 내려오는게 느껴졌고 절로 힘이 들어갔다.

몇 번의 힘을 줬을까.

갑자기 뭔가 팍 하고 터지는 느낌이 들었고 밑이 따뜻해졌다.

드디어 양수가 터진 것이다.

이제 양수도 터졌으니 본격적으로 더욱 힘을 줬다.

이때 나는 남편에게 나가있으라고 했는데, 남편에게 못보일꼴을 많이 보였다는 후기들을 너무 많이 본 이유에서다. 남편은 약간 당황했지만 내가 소리지르며 나가라고 하니 어쩔수 있나?

찍소리도 못하고 병실밖으로 나갔다. 하핫.

 

오후 8시쯤 양수가 터지고, 아기를 밀어내기 위해 힘썼다.

내입에서는 짐승소리가 터져온지 오래....

진짜 짐승소리였다. 흐어어억~~ 흡~~아~악 ㅠㅠ
내가 듣기에도서러울 정도의 울부짖음...

(나중에 남편은 나의 짐승소리를 듣고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침대 위에서도 의료진은 자세가 편한지 여러번 물으며 다리를 이렇게 하면 좀더 편할 거다 등등 조언을 해주었다. 나는 어제까지도 봤던 출산할때의 호흡방법을 떠올리며 힘을 주고 뺄때의 호흡을 잘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너무 아파서 호흡이고 뭐고 그걸 참아내는 것 조차 버겁게 느껴져 호흡패턴이 무너질때가 많았었다.

모든게 처음이고...더군다나 그런 고통은 세상에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어마무시한 아픔이었으니까...

 

내가 도움을 받았던 호흡법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TrNXg-WosGI&feature=share

예쁜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의 설명.

 

 

얼마쯤 지났을까.

아기가 밑에 끼어있는 강한 느낌이 들었고 좀 더 지나자 아기머리가 보인다며 내게 거울로 보여줄까? 물었다.

나는 왠지 겁이나서 싫다고 했는데..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아파죽겠는데 여유롭게 아기머리를 거울로 보고 말고할 겨를이 어디있었겠나?!

 

한시간쯤 더 지나고 드디어 오후 9시 4분!

마지막 한방의 힘을 줄 때 밑이 불에 타는듯한 뜨거운 느낌이 들었고,그렇게 아기가 세상밖으로 나왔다.

 

 

안녕 아가야 고생했어 우리아가. 보고싶었어.

 

 

 

 

3.04kg으로 나온 우리 아가.

나는 어떠한 진통제, 약물투여도 없이 그렇게 21시간의 진통을 느끼며 출산을 했다.

출산 전에 관장, 제모도 할 필요없었고, 출산하는 동안에는 노절개, 노진통제였다.

나오자마자 대충 닦이고 내게 턱하고 아기를 안겨주며 기뻐해준 미드와이프.

 

정말 아기가 나왔구나 안도의 숨을 쉬며 기쁨과 감동의 눈물이 절로 나왔다.

내 생애 그런 감정은 처음이었고, 강한 모성애가 스스로 느껴질만큼 피가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아기에게 젖을 물려보니 어려워했지만 몇 번 젖을 빠는 아기의 모습을 보며 내가 정말 엄마가 됐구나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내게 따뜻한 추억이 된 뉴질랜드에서의 출산

 

나에게 진통내내 칭찬을 해준 미드와이프.

“너 너무 잘하고 있어. 아름다운 소리야(나의 비명소리를 말함). 훌륭해”

진통이 비켜가면 “그순간을 편안하게 즐겨”

다시 진통이 밀려오며 비명을 지르며 고통에 몸무림치면 내손을 꼭 잡아주고 땀을 닦아주고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따뜻하게 바라봐주었다.

 

여기 먼 섬나라 뉴질랜드에 가족하나 없고 오롯이 나와 남편뿐이라는 것을 알고

“걱정마. 우리가 다 케어해줄거야. 어떤 도움이 필요하면 바로 나에게 말해줘. 우리는 그러라고 여기에 있는거야”

 

나는 병원에 상주해있는 미드와이프를 둬서 임신기간 내내 직접 병원에 진료를 왔었다.

그때마다 느꼈던 것은 정말 이곳 사람들이 너무나 친절하고 다정하며 외국인들이라고 차별없이 대하는 모습에 감동을 많이 했었다.

그런 느낌들이 계속 이어져 출산당일에도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던 것 같다.

 

자연주의 출산인 경우 산모가 아기가 별이상이 없다면 2일 입원 후 퇴원한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났을때부터 모자동실.

아기와 한번도 떨어져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병원에 있는 동안 출산 후 가정에 방문해줄 미드와이프가 연결되어 나를 찾아주었다.
이 나라는 모유수유를 엄청 강조하는데, 자주 와서 자세를 잡아주고 조언해준 간호사들.
벨만 누르면 언제든 와서 나와 아기를 캐어해줬다.

감사하게도 나는 영주권자라 임신해서 출산하기까지 이 모든 서비스는 모두 무료였다. 임산부가 먹어야하는 영양제 처방을 제외한 나머지 초음파, 진료비, 출산입원 등 내가 지불한 비용은 정말 영양제값 정도이다.

 

우리는 병원에 2일 있다가 집에 건강하게 돌아왔다.

 

보통 출산을 떠올리면 어떤 감정이 제일 먼저 느껴질까?

내게는 '따뜻함'과 '배려'다.

뉴질랜드에서의 참 행복했던 출산의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