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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ing/육아

13개월 모유수유 후 느낀점: 단유우울증?

by 율러버 2020. 5. 17.

 

13개월 모유수유 후 느낀점: 단유우울증?

 

 

 

 

 

단유에 성공한 지금 마음이 시원섭섭하다.

초기 한달 정도 분유와 혼합수유하다가 이후부터는 완모, 직수로 쭉 13개월까지 모유수유했다.

일단 단유을 하고 보니 아기도 나도 많이 달라졌다.
일단 아기의 가장 큰 변화는 이유식거부가 없어졌다는 것과 젖을 먹지 않으니 잠을 더 깊게 잔다는 점이다. 아무튼 둘다 아주 좋은 변화라서 기쁘다.

 

 



엄마인 나는 단유을 하고나니 지긋지긋한 수유복과도 안녕하고 옷을 자유롭게 입을 수 있어 좋고, 음식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얏호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이 허전함은 무엇이란 말인가?
숙제를 끝낸 것 같은 홀가분함과 좋은 점만 있을 줄 알았는데 왠지 나는 아기와 나의 강한 연결고리가 끊어진 듯한 기분이 들고 이 감정을 뭐라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아기가 내 품에 안겨 나를 바라보면서 젖을 먹는 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아기가 내 얼굴을 만지고 웃으며 장난치는 모습과 배불리먹고 그대로 스르르 잠드는 모습도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아기도 엄마품에 안기는게 좋았겠지만 나도 내품에 쏙 들어오는 내 하나뿐인 새끼를 꼭 안고 그렇게 완벽하게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 너무 좋았다.

 

 

 

 

모유는 하얀 피라고 알고 있다. 아기의 성장발달단계에 맞춰 모유성분이 변할만큼 모유를 생성하는 엄마의 몸은 아기를 위해 저절로 세팅되어 있다.
내 속에서 나온 나의 아기가 나의 피를 먹고 자란다고 생각할때, 포동포동 살이 오르고 키가 자라며 성장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강한 모성애와 찐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언제쯤 옷도 자유롭게 입어보나
나는 언제쯤 맥주도 커피도 먹어보나

때로는 모유수유로 인해 하지 못하는 금기사항때문에 불만섞인 소리를 한적도 있지만 돌이켜보면 모유수유하는 동안 내가 정말 행복했었구나를 느낀다.

아기가 젖을 먹을때 이런말을 하곤 했었다.
“너는 지금 이시간을 다 잊겠지만 엄마는 평생 기억할거야. 사랑해”

요즘 자기 전에 내가 하는 루틴중 하나는 바로 모유수유하던 시절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는 것이다.
오물오물 입을 움직이며 내 품에 쏙 안겨 젖을 먹는 모습, 자기 전에 사랑스러운 얼굴로 내품에 파고들며 젖을 찾던 그 모습.
얼마전에는 젖먹는 우리 아가가 꿈에 나왔다...하...

바로 얼마전까지의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볼수 없다는 사실이 허전하고 슬프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단유우울증인가?

모유수유를 강조하는 이나라 뉴질랜드에서 나도 참 자유롭게 부끄러워하지 않고 어디에서든 수유를 했다.
아기가 배고파하면, 나를 찾으면 주변을 둘러보고는 길가 의자에 앉아서도 수유했다.
해변가를 산책하다가도 아기가 배고파하면 잔디밭에 앉아, 낮은 턱에 걸쳐앉아 내아가 배고프지 않게 때마다 바로바로 먹여주고자 했다.
카페나 식당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따로 수유실을 찾은 적이 없을 정도로 오픈된 장소에서 모유수유하는 엄마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 문화가 너무 좋았다.

 

 



이런 곳에서 행복하게 모유수유했던 그 시간들이 정말 소중했구나...
애써 “이제 우리아기가 이만큼 컸구나. 엄마 젖 말고 세상의 맛있는 음식을 더 좋아하는 나이가 되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밝은 감정을 불러일으키지만 마음한구석이 이상하게 시리다.

대체 너란 감정 뭐란 말이냐.

건강하게 무럭무럭 잘 자라주어 고맙지만 또 빨리 성장하는 시간들이 너무 아쉽다.
핏덩이 내아가가 이제 걸음마를 하며 점점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음이 감격스러우면서도 이 예쁜 모습들도 기억속에서 희미해져 갈까봐 서운하다.

 

 



그래서 요즘 남편과 내가 자주 하는 말은
“아가야 조금만 천천히 커도 된다”

분명 아기가 지금 내옆에서 자고 있는데도 느껴지는 이 허전함...단유 후에 엄마들이 보통 이런것인지, 아니면 내가 유별난 것인지 모르겠다.

아기가 너무 빨리 크는 것만같아 서운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별탈없이 잘 자라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이 감정이 무엇이든 간에 더 큰 감사로, 사랑으로 아기의 성장을 응원해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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